2007년 01월 03일
판의 미로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판의 미로"를 이제야 봤다.
꼭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해놓고는 정작 영화가 스크린에 걸려 있을 때는 안보다가 전국 개봉관에서 남김 없이 사라진 이후에야 볼 생각을 했으니 이것 참 안습.. 덕분에 공유 사이트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액션 영화도 아니고 하니 노트북 작은 화면으로 봐도 그럭저럭 볼만했다. (돌 던지지 마셈.. 꼭 보고 싶은 영화인데 너무 일찍 스크린에서 내려가버려서 어쩔 수가 없었삼.. --;)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다시피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지구를 지켜라"가 떠오르더라. 잔혹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으며, 신문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어두운 곳의 '작은'비극을 담고 있는 그 영화.. 코미디스러운 면은 거의 없고, 단지 정신이 살짝 나간 주인공이 외계인을 잡기 위해 입었던 특수복이 조금 웃겼던 영화.. 바로 그 "지구를 지켜라"처럼 "판의 미로" 역시 배급사의 농간으로 많은 사람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던 그 영화였던거다.
잔인하다는 말이 많은데 사실 잔인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잇는 올 겨울 환타지 대작" 이라는 문구에 속아서 엄마손 잡고 쫄래쫄래 왔던 어린이들에게는 참 이색적인 경험이었을거다. 술병으로 코를 짖이겨버린다든지, 칼로 입을 찢는다는지 하는 장면을 볼 기회는 어디에서건 흔치 않았을테니..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소녀의 환상 속의 세상보다는 처절하게 사는 현실 속의 인물들이 머리 속에 남는다. 비달 대위는 오로지 혈통을 잇기 위해 오필리아의 엄마를 부인을 들이고, 오필리아의 엄마는 대위의 부인이 되어 전쟁터에 던져지고.. 프랑코의 독재에 맞서는 반군과 그들에 협조하는 메르세데스, 반군 편이지만 소탕군 부대에서 일하는 의사.. 전쟁.. 고문.. 뭐 이런 잔인한 현실에서 그나마 환상 속에서 살았던 오필리아가 가장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죽는 순간에 공주가 되어 백성들의 갈채를 받는 꿈을 꾸며 행복하게 죽었지 않는가.
어른들의 세상에서 오필리아는 한낱 어린아이였지만, 어른들은 오필리아의 세상까지는 미처 몰랐던거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인간에게 고통을 주며, 탐욕을 부리는 세상에서 오필리아는 단지 이방인이었을 뿐. 엄마는 세상은 잔인하다고, 동화 같은 곳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오필리아는 이미 그곳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걸로 된거다.
하지만 우리는 동화같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걸..
나는 이 영화를 환타지로 분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녀의 환상이 중요한 플롯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을 뿐, 환상 그 자체를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벽장 속에 펼쳐진 신비한 왕국에서 모험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9와 3/4 승강장에서 마법학교행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 다른 것이 앞설 수도 있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엄마의 대사..
"Things are not that simple. You're getting older, soon you'll see that life isn't like your fairy tales. The world is a cruel place. And you'll learn that, even if it hurts." (물론 스페인어 대사였지만, 영어 자막은 이렇더라구.. ㅡㅡ;)
근데 정말 배급사가 어디길래 이따위로 홍보했던거냐.. "지구를 지켜라"는 그나마 양반이다.. 낚시에 속아서 보러온 커플들은 있을지언정 애들은 관심도 안가졌으니.. "해리포터를 잇는 환타지 대작" 이따위로 광고를 하니 수많은 엄마들이 속아서 애들 데리고 보러 왔다가 욕만 하고 갔잖아.. 그렇게 돈 몇푼 벌어서 짭짤한지는 모르겠지만, 장사 그따위로 하는거 아니라우.. ㅡ.ㅡ
꼭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해놓고는 정작 영화가 스크린에 걸려 있을 때는 안보다가 전국 개봉관에서 남김 없이 사라진 이후에야 볼 생각을 했으니 이것 참 안습.. 덕분에 공유 사이트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액션 영화도 아니고 하니 노트북 작은 화면으로 봐도 그럭저럭 볼만했다. (돌 던지지 마셈.. 꼭 보고 싶은 영화인데 너무 일찍 스크린에서 내려가버려서 어쩔 수가 없었삼.. --;)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다시피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지구를 지켜라"가 떠오르더라. 잔혹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으며, 신문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어두운 곳의 '작은'비극을 담고 있는 그 영화.. 코미디스러운 면은 거의 없고, 단지 정신이 살짝 나간 주인공이 외계인을 잡기 위해 입었던 특수복이 조금 웃겼던 영화.. 바로 그 "지구를 지켜라"처럼 "판의 미로" 역시 배급사의 농간으로 많은 사람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던 그 영화였던거다.
잔인하다는 말이 많은데 사실 잔인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잇는 올 겨울 환타지 대작" 이라는 문구에 속아서 엄마손 잡고 쫄래쫄래 왔던 어린이들에게는 참 이색적인 경험이었을거다. 술병으로 코를 짖이겨버린다든지, 칼로 입을 찢는다는지 하는 장면을 볼 기회는 어디에서건 흔치 않았을테니..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소녀의 환상 속의 세상보다는 처절하게 사는 현실 속의 인물들이 머리 속에 남는다. 비달 대위는 오로지 혈통을 잇기 위해 오필리아의 엄마를 부인을 들이고, 오필리아의 엄마는 대위의 부인이 되어 전쟁터에 던져지고.. 프랑코의 독재에 맞서는 반군과 그들에 협조하는 메르세데스, 반군 편이지만 소탕군 부대에서 일하는 의사.. 전쟁.. 고문.. 뭐 이런 잔인한 현실에서 그나마 환상 속에서 살았던 오필리아가 가장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죽는 순간에 공주가 되어 백성들의 갈채를 받는 꿈을 꾸며 행복하게 죽었지 않는가.
어른들의 세상에서 오필리아는 한낱 어린아이였지만, 어른들은 오필리아의 세상까지는 미처 몰랐던거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인간에게 고통을 주며, 탐욕을 부리는 세상에서 오필리아는 단지 이방인이었을 뿐. 엄마는 세상은 잔인하다고, 동화 같은 곳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오필리아는 이미 그곳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걸로 된거다.
하지만 우리는 동화같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걸..
나는 이 영화를 환타지로 분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녀의 환상이 중요한 플롯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을 뿐, 환상 그 자체를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벽장 속에 펼쳐진 신비한 왕국에서 모험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9와 3/4 승강장에서 마법학교행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 다른 것이 앞설 수도 있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엄마의 대사..
"Things are not that simple. You're getting older, soon you'll see that life isn't like your fairy tales. The world is a cruel place. And you'll learn that, even if it hurts." (물론 스페인어 대사였지만, 영어 자막은 이렇더라구.. ㅡㅡ;)
근데 정말 배급사가 어디길래 이따위로 홍보했던거냐.. "지구를 지켜라"는 그나마 양반이다.. 낚시에 속아서 보러온 커플들은 있을지언정 애들은 관심도 안가졌으니.. "해리포터를 잇는 환타지 대작" 이따위로 광고를 하니 수많은 엄마들이 속아서 애들 데리고 보러 왔다가 욕만 하고 갔잖아.. 그렇게 돈 몇푼 벌어서 짭짤한지는 모르겠지만, 장사 그따위로 하는거 아니라우.. ㅡ.ㅡ
# by | 2007/01/03 03:02 | 보여 주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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